제6장 부산 바다로 구원하려 간 일 그때에 육군을 보건대, 신립·이일 등 두 사람이 나눠 통솔하였으며, 수군을 보건대, 원균(元均)·배설(裵楔) 등 몇 사람이 각기 주장하니 소위 방어를 설비한다는 것이 실로 한심한데, 당시에 호남·영남에 만리장성이 되어 중흥할 기초를 세우기는 오직 이순신 한 분만 믿는도다. 그러한데 이순신의 지위가 한 수사(水使)에 지나지 못하니, 그 지위가 극히 낮고 위령이 전라좌도에 지나지 못하니, 그 위령이 극히 작은지라. 만일 수륙군대제독(水陸軍大提督)을 피임하였거나, 그러치 않으면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라도 벌써 제수하였더면, 풍신수길이 백 개가 오더라도 바다 밑에 고기 배속에 장사할 뿐이러니라. 동래 부산 바다 어구에 슬픈 구름은 덮여 있고, 경기 영남 각 지방에 봉화불은 끊겼는데, 방백과 수령들은 몸을 제멋대로 할 수 없어 밤새도록 자지못하고 검을 어루만지며 탄식만 하니, 분노하는 자 담만 끓는도다. 임진년(1592년) 4월 15일에 경상우도 수군절도사 원균의 관문이 왔는데, 왜선 90척이 경상좌도(左道) 축이도(丑伊島)를 지나 부산포로 연속하여 나아온다 하며, 4월 16일 진시(辰時)에 경상도 관찰사 김쉬(金倅)의 관문이 왔는데, 왜선 4백여 척이 부산포(釜山浦) 건너편에 정박해있다 하더니, 그날 해시(亥時)에 원균의 관문을 또 받아본즉, 큰 부산진이 이미 함락된지라. 즉시 휘하의 제장(諸將)을 불러 나아가 토벌하기를 의논하니, 다 가로되 “본도의 수군은 본도나 지킬 것이니, 영남에 있는 도적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인가?” 하며 눈치만 보고 피하는 자가 심히 많은데, 광양현감(光陽縣監) 어영담(魚泳潭)과 녹도만호(鹿島萬戶) 정운(鄭運)과 군관(軍官) 송희립(宋希立) 등이 분연하여 가로되, “영남도 나라의 강토요, 영남에 있는 왜노도 나라의 도적이니, 오늘날에 영남이 함몰하면, 내일에 전라도는 능히 보전할까?” 하거늘, 이순신이 책상을 치며 가로되, “옳다!” 하고 각 포구에 있는 전선(戰船)을 불러모으며 인마(人馬)를 나누어 거느리고, 29일에 본영문 앞 바다에 일제히 모이기로 약속을 정하였더라. 모든 배를 지휘하여 떠나고자 하더니 파송하였던 순천수군(順川水軍) 이언호(李彦浩)가 도로 달려와서 고하되, “남해(南海) 고을 현령(縣令)과 첨사(僉使)가 도적의 소식을 듣고, 창황 히 도망하여 그 종적을 알지 못하오며, 공해와 여염집이 모두 비어 연기가 끊어지고, 창고의 곡식은 각처로 흩어지고, 무고(武庫)의 병기는 땅에 가득히 낭자한데, 오직 군기창 행랑 밖에서 절뚝발이 하나가 홀로 나앉아 울더라.” 고 고하니, 이순신이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며 탄식하더라. 대저 남해는 우수영(右水營)과 거리가 멀지 아니하여, 호각 소리가 서로 들리고, 앉았는지 섰는지 사람의 형상을 역력히 아는 터인데, 그 고을이 이미 비었는즉 본영에도 적환(賊患)이 박두하였도다. 그러나 본영만 앉아서 지키고자 한즉 사면의 적세는 날로 크게 창궐하여, 팔도 인민의 호곡하는 소리가 천지에 진동하는데, 장수의 명의(名義)를 가지고 앉아서 보며 구원치 아니하면, 불인한 일이니 가히 할 수 없고, 각 지방을 모두 구원코자 한즉 부산에 보낼 구원병도 잔약하기가 막심하여 전도에 승산이 묘연한데, 만일 군사를 나누면 싸움할 수 없으며, 지혜가 아니니 가히 할 수 없는지라. 밤중에 잠을 자지 못하고 눈물을 뿌리며 방황하다가 이튿날에 장계를 올리고, 부산 바다로 향하여 원균을 구원하러 갈새, 배의 척수는 적함의 백분의 일이 못되며, 군사의 액수는 적군의 천분의 일이 못되며, 기계도 적병과 같이 정리치 못하며, 성세도 적병과 같이 광대치 못하며, 싸움에 숙련함도 적병만 못하며, 물에 연습함도 적병만 못하건마는 다만 ‘의’자 한 자로만 군심을 격동시켜 각각이 도적과 더불어 같이 살지않을 마음으로써 싸움하러 나가는 길에 들어서니, 판옥선이 24척이요, 협선이 15척이요, 포작선이 46척이러라. 5월 4일 첫 닭 울음에 배를 띄워 급히 행할새 연로에 지나는 곳마다 쌍가마와 한 필 말에 아내는 앞서거니 남편은 뒤서거니 하여 처량한 행색으로 달려가는 자가 길이 메우고 줄이 닿았으니, 저자들은 다 어떤 사람인고. 모두 평정 시절에 후한 녹만 먹고, 포식난의하며 금관자나 옥관자를 붙이고, 수령이니 영장이니 하는 인물로서 지금 피란하러 가는 행차들이러라.